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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

쉽고 현실적인 금투자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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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이 넘치는 시대,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현금을 갖고 있자니 바보 같고, 어딘가에 투자하기에는 이미 자산 가격들이 너무 올랐다. 한국 특히 서울의 부동산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이고, 나만 빼고 남들은 다 쏠쏠하게 재미를 본 것 같은 부동산이나 코인에 들어가기에는 겁이 난다. 남들 다 오르는데 혼자 안 오른 주식을 사자니 찜찜하고, 전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주식은 상투 잡는 것 같아 불안하다. 비트코인은 1년 사이 8배가 올랐는데 워낙 변동성이 큰 장이라 언제 고꾸라질지 모른다. 2017년 1000불에서 19000불까지 7개월 만에 찍은 비트코인이 반토막 나는 데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손이 떨린다. 그 뒤로 3000불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얼마 전 6만 불을 찍으면서 20배가 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59,260불을 기록하고 있다. 

 

나는 투자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재무전공도 했고 회계쪽 일을 했던 터라 재무제표도 볼 수 있고, 투자용어들도, 경제 이론들도 낯설진 않다. 그런데 투자라는 현실의 장에는 이런 이론들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누가 비트코인이 2년도 안되어 20배가 날 줄 예상했겠으며, 2년 후의 미래 또한 예측할 수 있겠는가. 물론 요즘 미국 주식투자, 비트코인 등에 대한 유튜브 영상이나 책이 넘쳐나긴 한다. 그러나 본업이 있는 직장인이, 혹은 집에 할 일이 쌓여 있는 전업주부가 주식 장에 종일 매여 있거나, 24시간 움직이는 코인 장을 주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면 본인만의 원칙보다는 이런저런 카더라나 뉴스에 휩쓸려서 후회할 만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십상이다.

 

전업투자자가 아닌 일반인 투자자로서, 목적이 '대박'이 아니라 가장 시간을 적게 들이면서도 안전하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금도 괜찮은 상품이라고 본다. 본업이 있고, 챙겨야 할 가족과 집구석이 있어 많은 시간을 투자에 매일 수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고, 이제까지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요즘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의 대체품으로 급부상하면서 인기가 떨어지긴 했으나, 금에 대한 수요는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보다 훨씬 더 크고, 오래갈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비트코인과 주식에 비해 요즘 관심을 덜 받아서 금값이 꽤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언제나 상장폐지의 위험이 있는 주식과는 달리, 금은 그럴 위험이 거의 없다. 실물로 갖고 있을 경우, 심지어 차고 다닐 수도 있다 (세공비가 들고 세금을 내긴 하지만). 부동산과 마찬가지다. 가격이 어찌 되든, 언제나 실물은 남는다. 또 하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경기에 대한 좋은 리스크 분산 수단이 된다. 지난번 금값이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때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였다. 즉, 경기가 12년째 상승만 하고 있는 지금, 자산버블과 주식시장의 폭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금은 그에 대비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고 믿는다. 

나는 전업투자자인가?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노선을 정하라.

내가 제안하는 쉽고 현실적인 투자 방법은 이렇다. 투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지만 조금씩 시작해보고 싶거나, 본업이 따로 있거나, 챙겨야 할 아이들과 집안일이 있는 주부들에게 추천한다. 

 

1. 우선 금투자가 내 투자성향과 맞는지를 결정한다. 단기간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금은 좋은 투자처가 아니다. 하지만 장기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할 수 있는 투자처다. 

2. 며칠에 한번씩 금 시세를 들여다보기만을 기억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못하는 이유는, 너무 많은 상품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식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가격도 보고, 금 시세도 봐야지,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휴대폰 바탕화면에 티커 앱을 깔아도 기억하기 어렵다. 우리는 어디까지만 전업투자자가 아님을 기억해라. 

3. 나름의 기준을 설정하다. 오늘 같은 경우 금값은 온스당 1730불, 한국 표준금거래소상 시세는 1돈당 살 때 261,500원이다. 현재 몇 달 전 찍었던 최고점에서 20% 가까이 하락한 액수다. 그렇다면 소액부터 담가보는 것이 어떨지 생각해볼 수 있다.

4. 소액부터 시작하라. 물론 간이 작아 늘 소액만 들어갔다가 가격이 상승해서 추격매수를 잘 못하는 게 나의 단점이기는 하다. 그러나 소액이라도 내 돈이 들어가 있으면 훨씬 관심도가 높아지고 자주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주 보면, 여기가 바닥이구나, 이 아래로는 잘 안 떨어지는구나, 혹은 여기가 천장이구나, 여기를 넘어가는 데는 쉽지 않구나, 라는 걸 파악하기 된다. 그러면 나중에 급전이 필요해서 수익실현을 해야 할 때도 언제가 좋을지 결정할 수 있다. 뉴스에 금값이 오르고 있다,라고 뜨면 얼마 후 맘 카페에서는 여지없이 "금을 팔려고 하는데 잘 쳐주는 금은방 아냐"는 정보가 올라온다. 그 글들을 본 게 불과 1년 전인데, 그분들이 몇 달만 더 기다렸으면 20-25%는 더 비싸게 받고 팔 수 있었을 것이다. 

5. 금값은 글로벌 경제 상황과 많이 맞물린다. 그러니 뉴스 헤드라인에 뭔가 뜨면 금시세도 한 번씩 체크한다. 

 

내가 금투자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과거 금융위기 이후 금값의 폭등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온스당 400불을 벗어나지 못했던 금값이 처음으로 1000불 가까이 갔던 것은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때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한 금값은 2011년 1900여 불까지 올라갔다. 단 3년 만에 2배가 터진 것이다. 그러더니 전 세계 경제가 안정되면서 천천히 금값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그때쯤 태어난 아이들 때문에 백일 등 이래저래 금 선물을 받아 보유하고 있던 나는, 내가 갖고 있던 금붙이들이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이렇게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바닥을 쳤던 금이 다시 한번 상승하던 2016년초, 나는 온스당 1100불에 실물 골드바를 매입했다. 사실 바(bar)라고 하기엔 너무 민망한, 순금 카드 정도 되는 양이었다. 1년 후 나는 $1200/온스에 또 한 번 매입했다. 연중 1300을 넘었던 금값이 내려왔다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9년에 $1300/온스에서 다시 매입했다. 이때까지는 실물에만 투자했지만, 2020년 3월에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폭락했을 때, 몇 개의 주식에 투자하면서 함께 금펀드에도 투자했다. 계좌당 $160 하던 게 $140으로 떨어지는 걸 보고 조금 발을 들였는데, 이것이 넉 달만에 $190을 찍었다. 35%의 수익률이었다. 지금은 $160불 초반대에서 횡보하고 있으나, 여전히 펀드에서 난 수익만 해도 15% 정도, 실물은 40% 이상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비교해서 보잘 것 없다고? 난 이 정도도 좋다. 전업투자자가 아닌 이상, 투자의 제1 목적은 잃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한다. 게다가 분산 투자라는 목적을 위해서 금을 포트폴리오에 넣었다면 더더군다나 비트코인이 뛸 때 금도 같이 뛰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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