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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

30대, 화이자 1차 코로나백신 접종 후기 - 팔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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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오늘 받은 1차 접종 카드. 백신 여권 (Vaccine Passport)라는 게 나타날 지도 모른다. 

 

 

 

남편이 오늘 1차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았다. 사실 미국은 코로나 백신 맞기가 아주 어렵지는 않다. 주마다 기준이 다른데, 다른 주들은 이미 접종 순서가 다음 단계로 넘어간 곳도 꽤 되고, 아직 그렇지 못한 내가 사는 주의 경우에는 아직 65세 이상의 어르신들과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최우선이지만, 여기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맞을 수 있다. 예를 들면 BMI가 30 이상의 과체중이면 맞을 수 있다. 키 180cm 기준, 97kg면 맞을 수 있다. 흡연자도 마찬가지. 흡연자라는 걸 어찌 확인할 것인가? 그래서 그냥 백신 맞춰주는 약국에 들어가서 '나 흡연자요'라고 하고 맞는 사람들을 봤단다. 또 다른 친구는 천식이나 알레르기를 겪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경우. 의사들은 무슨 소리냐며 팔짝 뛰지만, 미국 장애협회(ADA)의 기준에 의하면 천식이나 알레르기도 장애로 분류되므로, 어떤 의사는 천식이나 알레르기를 겪는 아이 부모들에게 '장애가 있는 환자의 무보수 간병인'이라는 확인증을 끊어주기도 한단다. 심지어 그 증서를 가져갔는데, 주사를 놔주는 약국에서는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렇게 손쉽게(?) 백신을 맞는 경우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65세 어르신들 중에는 백신 예약을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시는 분들도 있으니 안타깝기도 하다.

 

오늘 남편이 맞게 된 경위도 그렇다. 어제저녁에 갑자기 문자가 날아들었다. 오늘 대규모 백신 행사에 신청자가 모자라니 (약이 남는다는 뜻이다) 현재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백신 맞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예약하라는 문자였다. 난 요즘 건강상 약간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 우선 남편의 예약을 완료했다. 모더나 백신이라고 했다.

 

집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행사장까지 오전 11시 20분 예약이었는데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막상 가 보니 젊은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뭐 확인하고 그럴 것도 없이 사람들이 들어오는 대로 공장처럼 바로바로 맞춰 주더란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맞고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비하여 15분간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아무 이상이 없으면 집에 가도 좋다. 남편은 주사 맞는지도 모를 정도로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집에 와서도 전혀 감기 기운이나 뻐근함이 없다고 한다. 2차 접종일도 예약하고 왔다. 4월 21일이다. 어제 안내로는 모더나 백신이라고 했는데 오늘 가서 맞은 건 화이자 백신이었다. 아주 체계적이진 않은 모양이다. 오늘 받아온 저 코로나 백신 접종 확인증서가, 한동안은 "백신 여권"으로 통용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 암행어사의 마패처럼 이것만 있으면 무사통과할 수 있는. 이미 미국의 매체에서는 "백신여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Update)
다음날 오전 남편은 주사 맞은 쪽 팔을 들기도 어려울 만큼 묵직한 근육통이 있다고 호소했다. 대략 주사 맞고 24시간 후였다. 그러나 오후가 지나고 저녁이 되니 확연히 좋아져서, 이틀 뒤인 오늘은 약간의 뻐근함만 있다고 한다.

 

 

 

한국은 코로나백신 부작용 이야기가 한참 뉴스에 많이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신기하게도 미국은 백신 부작용 이야기가 별로 없다. 물론 오래전부터 백신을 반대해 온 골수 안티 백서(anti-vaxxer) 들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럼 코로나 백신을 맞은 후 사망 등의 심한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미국엔 없는 건가? 그럴 리가, 절대 아니다. 다만 WHO는 물론 각국의 보건당국들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볼 수는 없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미국은 현재까지 1600여 명, 영국도 500여 명 이상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얼마 전에 친한 친구가 아는 동네 카풀 맘이 2차 접종 6일 후 굉장히 아프다가 갑작스러운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아직 마흔여섯, 너무 젊은 나이였다. 국내에서 굉장히 걱정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니었고, 모더나였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 락다운 1년째. 코로나에 걸린 사람의 수, 코로나 백신을 맞는 사람의 수, 부작용을 겪는 사람의 수, 사망하는 사람의 수... 모두 그저 숫자처럼 느껴지고 점점 무감각해진다. 그러나 그 숫자 하나하나 뒤에는 귀한 생명들이 있다. 많은 분들이 백신 부작용을 겪지 않고도, 사회의 면역이 강해져 전염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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