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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

갑상선항진증으로 인한 안병증 혹은 안구돌출 - 진료 병원, 빠른 예약잡기,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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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갑상선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모계 쪽에 갑상선 항진증을 겪었던 어른들이 계셨고, 결절이 있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들었다.

그러나 나는 어디까지나 그때 당시 먹었던 다이어트 한약과 나의 항진증 발발에는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는 없고, 나 혼자만의 의견이다. 그러나 갑상선 환우 카페에 가 보면, 한약이든 양약이든, 인위적으로 신진대사를 높이는 약을 먹은 후에 항진증을 겪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니 다이어트 한약이나 식욕억제제를 고려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부분은 꼭 참고했으면 한다. 

 

갑상선 항진증에 걸리면  신진대사가 빨라지고, 살이 막 빠진다. 나도 갑자기 2주 만에 5kg가 빠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옷을 새로 사지 않아도  있는 옷들도 마치 새 옷처럼 입을 수 있다. 아무리 먹어도 그렇다. 난 아침 진수성찬을 먹고 나와서 추로스를 사 먹고, 점심 먹고 나와서 아이스크림 먹고, 저녁 먹고 케이크 먹었는데도 살이 계속 빠져서 46kg까지 갔었다. 물론 나쁜 점도 많다. 심장박동이 빨라져서 그냥 걷기만 해도 120/분을 넘어선다. 나중에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다리 근육이 빠진다. 남자들 중에서는 본인이 항진증 걸린 줄 모르다가, 앉아있다가 일어나질 못해서 살짝 마비를 겪고 알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나도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다리도 아프고 숨도 많이 차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목 아래 부분이 불룩 부어오른다. 최근 산다라 박 사진들이 돌아다니면서 갑상선 항진이 온 게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추측이 있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함.) 

 

목의 중간 목주름과 목걸이 사이, 저 부분이 부어오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무서운 것은 안병증 - 갑상선으로 인한 안구돌출이다. 거짓말 안 하고 눈알이 튀어나오는 증상이다. 마치 깜짝 놀라서 눈이 커진 것처럼, 토끼눈이 된다. 예쁠 거라고 상상하면 완전 오산이다. 내가 대학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교수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그레이브스병 (항진증의 대부분은 그레이브스병이라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해 발병한다) 으로 온 항진증 환자의 절반은 안병증을 겪는다. 그리고 그중 절반은 약물치료를 하면서 호전되지만 나머지는 호전되지 않는다. 즉 항진증 환자의 무려 1/4이 눈이 튀어나오고, 호르몬 수치가 좋아져도 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항진증 환우 중에서 살 빠지고 이런 게 좋아서 치료 안 받으시는 분이 있다면 본인 눈을 유심히 관찰하고 빠르게 치료를 받기를 바란다. 만일 안구건조가 심해지거나, 눈에 쌍꺼풀이 겹겹이 지기 시작한다면 증상이 시작된 걸로 볼 수도 있다. 

 

 

인종도 생김새도 모두 다른데 눈만 모두 똑같이 튀어나온다

 

호르몬 수치는 약을 먹으면, 시기는 달라도 대개는 호전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빠졌던 살이, 친구들을 데리고 돌아온다. 나도 빠진 살의 2배가 쪄서 정말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재발의 위험도 크다. 어쨌든 갑상선 기능저하 치료약은 동네 의원에 가도 처방해주고, 내분비 전문 병원을 가도 된다. 그러나 안병증은 우리나라에 이를 치료하는 기관이 몇 군데 없다. 지방의 안병증 환우 분들은 지방 큰 안과를 가도 그저 안구건조증이라며 인공눈물만 처방받아서 치료 시기를 놓쳤다는 사람이 많다. 대학 병원 중에서 서울대, 삼성, 연세, 중대 병원이 안병증 치료를 한다.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당시 환우 카페에서 찾아본 정보는 그랬다). 

 

빠른 예약을 위한 꿀팁! 안병증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 빨리 나아져서 돌출 속도를 늦추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내가 안병증인지 아닌지 빨리 진료를 받아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환자가 많고 병원은 없다 보니, 병원마다 한 달씩 예약이 밀려있다. 나는 당시 한국에 잠깐 나가 있는 상황이라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런 경우 취소된 예약을 적극 활용하라 - 은근히 많다. 삼성병원의 경우에는 만일 중간에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으면 시스템으로 문자 연락이 왔고, 내가 진료받은 중대병원은 전화로 연락을 줬던 걸로 기억한다. 연대 세브란스는 매일 환자가 전화를 걸어야 했다 (2년 전이었으니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삼성병원의 경우에는 교수님이 안 보시고 그 아래 젊은 샘이 먼저 보시고 만일 교수님이 보셔야 할 것 같다면 교수님께 간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빨리 예약받을 수 있는 게 삼성병원이었지만, 대신 중대병원을 선택했다. 총 두 번을 갔는데 사진도 찍어야 하고 피도 뽑아야 하고, 다음 진료 때 낼 검사비까지 내서 첫 진료비가 30만 원이 넘어서 좀 놀라긴 했다. 그래도 진료 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중대에서 안병증을 치료 하시는 이정규 교수님 방이 갑상선 쪽 복도의 끝에 있었는데, 그 복도에 앉아 계시던 환자분들 서너 분이 모두 안구가 돌출되어 계셔서 정말 무서웠던 기억난다. 미용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시, 복시, 그리고 짝짝이가 될 수도 있다. 교수님은 매우 젠틀하시고 친절하셨다. 내 출국 일정이 좀 빠듯했는데 가기 전에 검사 다 하고 진료 보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만일 약을 먹고 호르몬 수치가 안정되어도 나온 눈이 들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안와감압술이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방송인 서유리가 네 번이나 받아야 했다는, 눈알을 빼서 그 뒤에 쌓인 지방 등을 빼 압력을 제거하고 도로 눈알을 넣는 무시무시한 수술이다. 듣기만 해도 무섭다. 이 수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눈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고,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이 수술을 택하시고, 100% 원래대로는 아니라도 확실히 개선되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환우 카페에서 꼭 사전에 많은 조사를 하시길 바란다. 갑상선 항진증은 무서운 병이다. 안병증은 더 무섭다. 우리 모두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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