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 가면 아귀찜을 먹어야 한다고? 글쎄, 마산에 아귀찜 골목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마산 토박이들은 다르다!
마산의 명물, 그것도 봄에만 먹어야 하는 제철메뉴는 도다리쑥국이다.
고아낸 신선한 도다리와 향긋한 봄내음을 머금은 쑥이 어우러져 내는 맛은, 평소 나처럼 해산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비린 맛은 하나도 없다. 아침에 바로 어시장 앞바다에서 잡아온 신선한 도다리로 하기 때문이다. 마산 토박이 시댁을 둔 내가 지난 15년간 보아하니 마산 사람들은 시뻘건 갖가지 양념이 들어간 음식보다는, 보기 허전할 정도로 맑은 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봄에는 도다리쑥국, 여름에는 물메기탕, 겨울에는 대구탕. 윗 사진은 그래도 보기 정갈한 사기그릇에 나왔지만, 시댁 어른들이 물메기탕 대구탕 맛집이라며 데려가신 곳들은 스테인리스 스틸 냉면 그릇에 덩그러니 생선 한 토막, 맹물인지 잘 보이지도 않는 맑은 국물에 파 송송 얹은 정도다.
아무 기대도 없이 한 수저 뜬 도다리 쑥국에 반해, 난 요즘도 봄이면 그 맛을 그리워한다. 봄의 내음도 나고, 바다 향기도 나는 게 절묘하게 기가 막히다. 비린 맛과는 차원이 다르게 깔끔하다. 도다리쑥국 철이 되면 시댁 어른들은 오랜 단골인 거북집으로 향하신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남성동 251-3) 어시장 바로 근처에 있다. 추운 겨울에도 눈이 몇 번 오지 않는 따뜻한 남쪽나라 마산이라지만, 그래도 도다리쑥국을 먹으면 드디어 봄이 왔구나 싶어서 마음이 몽글해진다. 조금 지나 5월이 되면 남해로 달려가 멸치쌈밥을 먹고, 한려수도의 절경을 보고 돌아오면 되겠다.
복지리는 서울 압구정동과 해운대에만 있는 줄 알았던 서울 촌사람인 나. 마산 남자에게 시집 가서 시댁 앞에 복국 골목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는 복지리와 복매운탕이라고 하지만, 마산 사람들은 으레 복국 하면 맑은 지리를 떠올린다. 그 뒤로 시집간 지 15년째 복국 골목은 자주 갔어도 아귀찜 골목은 한 번도 안 가봤다. 냉동복어를 쓰는 집도 있고, 생복어를 쓰는 집도 있지만 크게 맛에 차이는 없다는 게 부모님 의견이시다. 새콤달콤한 복껍질 무침과, 복불고기도 맛이 있지만, 맑은 복국에 식초를 조금 쳐서 먹으면 감칠맛이 남다르다. 역시 복국엔 식초다. 해장으로도 그만이다.
마산을 여행하게 되었다면, '마산=아귀찜'이라는 생각에서는 벗어나 보자. 더군다나 봄철 여행이라면, 쑥내음도 맡을 겸 비타민C 충전도 할겸, 도다리 쑥국을 한 그릇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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