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남지는 유채꽃 축제 정도로 인근에 알려져 있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동네다. 대구 부산 마산과 가까우니, 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 주말에 심심하시면 한번 드라이브 삼아 나오셔도 좋을 만한 부담 없는 거리에 있고, 은근히 맛집들이 몇 군데 있다. 올해는 아쉽게 취소되긴 했지만 봄에는 유채꽃 축제가 보기에도 좋고, 봄에만 나오는 웅어회 또한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물론 창녕의 맛으로 유명한 것은 1박2일 창녕 편에 나왔던 수구레국밥일 것이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코기 사이의 아교질로, 콜라겐 성분이 풍부한 부위라고 한다. 시뻘겋고 얼큰한 국물 맛, 부드러운 선지, 씹는 맛이 살아있는 수구레가 어우러져 별미다. 예전부터 창녕은 평야가 너른 곡창지대로 물자가 풍부했고, 그래서 우시장과 도축장이 있어서 소의 부속물로 만들어진 수구레 국밥이 발달했다는 게 창녕 토박이인 시어머님의 지론이시다. 다른 사람들이 돼지 먹을 때, 우리는 소고기 먹고 컸다는 자부심이랄까?

물론 수구레도 맛있지만, 봄철이라면 나는 웅어회를 추천한다. 회라면 참치뱃살 (오도로) 만이 최고인 줄 알았던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웅어회. 일단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팍팍 풍긴다. 생긴 것도 큰 멸치 같은 게, 은어 같기도 하고 깨끗한 은빛이 영롱하다. 시부모님과 함께 남지를 방문했던 어느 봄, 시아버지께서 '어디 다른 데서는 못 먹어볼 음식을 먹여주마'라고 하시면서, 남지의 한 횟집으로 향하셨다. 마침 그날은 남편의 형네 부부와 외삼촌들까지 대가족이 함께 하게 되었다. 도착한 횟집이 뭐랄까, 크고 깨끗하고 반듯함과는 거리가 있어서 - 말 그대로 시골 식당 같은 분위기라 - 서울 생활이 오래된 형네 부부와 '이런 데서 회 먹어도 괜찮을까' 농담하여 웃었던 기억이 난다. 30분 후, 나는 이런 불경스러운 말을 내뱉었던 것을 후회했다 - 샤사샥 회쳐 나온 웅어는, 하얀 살 생선인데, 입에 넣어보면 은근히 기름기가 돌아서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오도로, 꽃등심? 일단 지방이 많으니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광어? 내 입에는 너무 담백하다. 웅어는 그 사이 어딘가 - 적당히 기름지고 적당히 담백하고 아주 절묘한 맛의 밸런스를 추구한다. 식당 외관만 보고 안 들어왔더라면 어쨋을까.


아쉽게도 카메라가 없어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창녕의 할매횟집과 물망초 횟집 모두 웅어를 취급한다. 봄이 지나면 먹을 수 없으니, 봄철 창녕 옆을 지나가게 된다면 이번에는 수구레국밥이나 일신옥의 장어 대신, 웅어회를 드셔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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