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부엌 계단에서 미끄러져 꼬리뼈 골절이라는 부상을 당했다. 계단 경사가 높고 층고도 높고 거의 2층부터 날아 떨어지긴 했지만, 시멘트 계단도 아니고 카펫이 깔린 계단에서 다쳐 젊은 나이에 뼈가 부러졌다는 게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 당시 진단받았던 갑상선 항진증으로 인해 뼈의 칼슘이 빠졌던 것 같다. 남편 도움으로 엉금엉금 걸어 들어간 병원에서 의사는 엑스레이를 보더니 아주 깔끔하게 똑 부러졌다고 해서 나와 남편을 기함하게 만들었다. 그는 나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는데, 그가 대용량 애드빌과 함께 처방해 준 옥시코돈 때문이었다.

옥시코돈은 아편성 진통제다. 마약성 진통제로서 중독성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반드시 처방을 받은 환자 본인이 가야만 받을 수 있다. 또 응급용으로 딱 사흘치만 일단 처방해 준다. 총 12알이다. 아마 그 이후에도 너무너무 아프다고 호소하면 추가 처방이, 그리 어렵지 않게 나올 것 같긴 했지만. 알려진 일반적인 부작용으로는 변비, 구역질, 졸림, 어지럼증, 가려움, 구강건조증, 보다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저혈압 등이 있지만 누구나 안다. 옥시코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독성이라는 것을. 미국에서 말 그대로 급증하고 있는 마약 중독의 원인은 이러한 아편성 진통제의 남용이다. 처방받기가 과거에 비해 너무나 쉬워지면서 많은 이들이 중독되고, 더 이상 처방받을 수 없을 때는 길거리로 나가 헤로인을 구하기 시작한다. 국내에서도 미국에서도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는 질병의 경우에만 처방하게 되어 있는데, 아마도 '고관절 골절이나 꼬리뼈 골절에는 옥시코돈 처방'이라는 공식이 있는 것 같았다.

복용 후기: 옥시코돈이 단 5mg만 들어서인지 모르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나의 통증은 날카롭다기보다는 골절 부위가 묵직하고 무거운 느낌이라 그런지, 딱히 아프다는 느낌도, 진통제를 먹어서 그게 덜하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한번 먹고는 그 뒤로는 옥시코돈을 먹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아프지도 않은데 중독성이 높다는 굳이 약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1주일 후 주치의를 만나러 갔더니 옥시코돈씩이나 되는 진통제는 필요 없다고 호기롭게 이야기하더니, 이번엔 트라마돌을 처방했다. 국내에서는 트라마돌염산염으로 알려진 트라마돌 또한 아편성 진통제, 마약성 진통제다. 다만 강도는 옥시코돈보다 훨씬 약하다고 했다. 트라마돌의 부작용은 변비 오심 현기증 두통 그리고 저혈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쯤 되니 부기가 빠진 건지 움직일 때 슬슬 아플 때가 있어 트라마돌을 시도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타이레놀이나 애드빌 같은 진통제에 비해, 통증이 날아가 버린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기억나는 건 처음 먹은 그때, 몇 분 지나자 내 침대 아래가 쑤욱 꺼지는 것 같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잠이 들었다는 것. 환각이나 high 같은 증상은 전혀 없었다. 통증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없어 더 이상 복용을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고관절 골절이나 척추 협착증처럼 심한 통증을 처방하는 경우 트라마돌이 처방된다고 한다. 나의 골절 위치는 다행히 신경을 자극하지 않는 위치였는지, 진통제가 크게 필요 없었던 것 같지만, 정말 통증으로 괴로운 환자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다만 중독성에 대해서는 스스로 각성과 절제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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