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적인 이야기

갑상선 항진증 약, 메티마졸: 개인적인 부작용 경험

반응형

 

 

갑상선 기능 이상은 항진증과 저하증으로 나뉜다. 항진증은 신진대사가 너무 빠르고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유 없이 살이 빠지고, 덥고, 식욕이 왕성한데 먹고 나면 금방 소화가 되어 배설되고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차고 근육이 빠진다. 앞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항진증의 대부분의 원인인 그레이브스병이 있다면 절반의 환자들에게서는 안구돌출이 동반된다. 반대로 저하증은 춥고, 이유 없이 살이 찌고, 소화가 안되고, 무기력해지고, 탈모가 오고 피부가 건조하고 머리카락이 얇아진다. 이상하게 무기력해서 움직이기 싫고 살이 찌는 것 같다면 당신은 단순히 갱년기나 우울증이나 게으른 게 아닐 수도 있다. 

 

항진증과 저하증 모두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TSH, Free T4 호르몬과 항체 검사를 통해서 반별한다. 당연히 항진증과 저하증의 경우 쓰는 약이 다르고 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그중에서도 항진증 2년 차인 내가 먹는 약은 메티마졸로 항진증 환자에게 쓰는 가장 흔한 약이다. 메티마졸은 체내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함으로써 신진대사를 자극하지 못하도록 한다. 초기에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걸 치료하기 위해 인데놀도 썼었다. 메티마졸은 상대적으로 꽤 안전한 약이라고 하지만, 어느 약이나 그렇듯이 부작용이 있다. 심각한 부작용 중에서는 백혈구 감소증, 소화불량, 피부발진, 간독성, 무과립구증 등이 있는데 나의 개인적 경험은 이랬다.

 

우선 난 처음에 수치가 꽤나 안 좋았기 때문에 바로 하루 15mg (세 알)을 먹도록 처방받았다. 한달후에 가니까 꽤나 호전이 되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복용 3주쯤 지나고 나서 심각한 두드러기를 겪기 시작했다. 온몸이 너무 가려워서 긁다보니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 피부발진과 두드러기는 약 자체에 알려진 부작용이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미리 씨잘이라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씨잘은 알레르기 치료제로 지르텍이나 베네 드릴처럼 항히스타민제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그것도 먹어보고 미국에서 가져온 베네 드릴과 지르텍도 먹어봤지만 두드러기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복용 한 달이 지나 병원에 방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은 두드러기도 그렇고 간 수치도 정상 수치 바깥으로 튀어나가기 일보 직전이라, 수치상으로는 조금 이르긴 하지만 10mg로 줄이겠다고 하셨다. 다만 의사 선생님은 피부발진은 메티마졸 부작용이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만일 그렇다면 약 복용 초기부터 발진이 나타났을텐데, 한 달이나 지나서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갑상선 환우들 카페에 들어가서 본 정보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복용 한 달 정도 후부터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두드러기는 약 복용량을 줄이자 점차 가라앉았다. 간 수치는 한동안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었지만 약 복용 후 4개월 차에 모든 호르몬이 제 자리를 찾으면서 간 수치 역시 정상을 찾았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체중증가였다. 아무리 신진대사를  정상화한다지만, 느려지게 하는 약이기 때문에 많은 메티마졸 복용자들이 체중 증가를 경험하게 된다. 항진이 오면서 빠졌던 만큼만 복구하면 좋을 텐데, 그 이상의 몸무게를 얹는 분들이 많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6월에 순식간에 빠진 5kg가 10kg로 돌아왔다. 소식과 운동으로 어떻게든 체중 증가를 막아보려 몸부림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계단에서 삐끗해서 넘어져 꼬리뼈가 부러지면서 결국 움직일 수 없게 되어 10kg 증가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오른 체중은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쟁 중이다. 이 또한 병원에서는 메티마졸 때문에 체중이 증가하는 게 아니라고 하신다. 항진증 증상을 겪을 때 늘어난 식사량을 제때 줄이지 못하여 살이 찌는 거라고 한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몸이 살이 찔 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처럼 살이 잘 쪘다. 죽지 않을 만큼만 소식해도 살이 빠지지 않고, 하루만 좀 잘 먹으면 바로 증량으로 이어지는. 신진대사가 마치 엉망이 된 것처럼. 

갑상선 기능 이상은 재발이 잦다. 나 또한 발병 4개월만에 정상화되었으나, 그로부터 1년 후에 다시 항진증이 재발해서 약 복용량을 늘렸다. 문제는 처음에는 항진으로 시작하여 메티마졸만 먹으면 되는 사람들이, 나중에는 저하로 뚝 떨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저하로 시작한 사람들이 항진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갑상선 n연차인 분들은 메티마졸과 신지로이드 (갑상선 저하를 치료하는 약)를 함께 드시는 경우도 꽤 흔하다. 정확히 왜 발생하는 질환인지를 모르다 보니, 나아진다는 희망이 없는 게 문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나 절제도 꽤 많이 한다. 

 

 
그러나 방사선 동위원소로 미래에 나아질수도 있는 방사선을 아예 죽여버리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미국의 경우는 특히 의사들이 방사선 요오드 요법으로 그렇게 하기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의학적으로 약으로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환자가 고통스러워서 없애는 게 나은 상황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내분비전문의 한 명은, 그러한 심각한 경우가 아님에도 방사선 요오드법을 추천하는 미국 내 의사들의 풍토에 경종을 울리며 책을 썼다. 제목은 <그레이브스병과 갑상선 항진증 - 방사선 요오드 요법으로 당신의 갑상선을 죽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이라는 책이다. 그는 부작용이 많은 요오드 요법 대신 식이조절과 영양제로 많은 환자를 치료했다고 한다. 물론 약물이나 내 주치의의 처방을 버리고 이 식이요법을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 한번 참고해 볼 만한 조언이 아닐까 해서 이 책을 요약한 포스팅을 작성했다. (아래 링크)

https://ihatecucumber2.tistory.com/43

갑상선 항진증,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 그레이브스병 위한 식이요법, 국내에는 안 나와있

갑상선 항진증을 진단받은 지 2년이 되어 갑니다. 2019년 6월에 확실한 항진증 증상들을 겪고 진단받아 메티마졸을 먹기 시작했고, 2019년 10월에는 피검사 수치가 정상을 나타내었고, 2020년 12월에

ihatecucumber2.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