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15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고, 학생으로 한국을 떠나던 때는 이민자가 될 줄 몰랐다.
이민을 떠나는 순간, 영원한 이방인이 된다. 이 나라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나는, 장을 보는 순간, 영화를 관람하는 순간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들에서도 낯섦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미국 같은 이민자들의 나라에서는 모두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갖고 모인다. 한국인 이민자들은 그들끼리, 인도인 이민자들은 그들끼리... 물론 그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수채화처럼 점점 번져나간다. 그러면서 오묘한 색채와 빛깔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정체성이 탄생한다.
미국 이민을 고려한다면, 먼저 와서 어떤 일을 해서 먹고 살 지를 고려해야 한다. 유망업종은 무엇이 있을까? 물론 미국의 회사에서 모셔올 만한 전문 지식이나 능력이 있다면, 새로운 걸 배울 필요도 없고 구직하느라 고생도 않을 것이다. 엔지니어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엔지니어라고 다 모셔오는 건 아니고 특정 분야에 따라 미국 내 구인난이 심한 경우들이 있어서 넘어오신 분들이 계신다.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면 기술을 익혀서 오는 게 좋다. 여자분들이라면 미용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미국 미장원은 아무리 비싼 곳도 한국인의 머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두상도 다르고 염색과 파마도 마찬가지다. 파마하고 나오면서 집에 도착하기 전에 풀려본 경험이 있다. 미국에 오신 지 오래된 한인 미용사분들은 (대부분 뉴욕 같은 대도시에 계신 분들) 미용기술과 헤어스타일이 이민 오실 때에 머물러 계시는 경우가 정말 많다. 지난 10여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의 기술을 따라잡지 못한다 - 미국 유학생들이 비행기 내리자마자 미용실부터 가는 이유가 뭐겠는가. 미용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미국 이민의 유망 업종이다.
지역 선정에 있어서는 대도시보다는 조금 작은 도시를 노려 볼 것을 추천한다. 대도시에는 경쟁이 심하고 이미 수십 년째 영업하고 있는 한인 미용실들이 있다. 그보다는 조금 작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유학생들이 꽤 포진한 중간 사이즈의 도시들을 추천한다. 오하이오의 클리블랜드라든지, 펜실베이니아의 피츠버그 같은 도시다. 이러한 도시의 유학생들은 머리에 쓸 자금이 있지만, 늘 제대로 된 미용실이 없어서 머리 하러 뉴욕 가고, 워싱턴 DC 가고 그런 이들이다 - 물론 한국 정도의 만족스러운 수준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마저 감지덕지다. 미용학원 몇 달 다닌 것만으로 미용실을 열었는데 예약이 혼자 대응 가능한 수준을 넘어 너무 많이 들어와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분을 봤다. 따라서 한국에서 미용 기술을 익힌 후 어느 정도 경험을 쌓고, 어느 정도 센스가 있다면 미국에서 충분히 유망한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미용은 비싸다. 네일케어는 이제 한국과 미국의 가격 차이가 별로 없는데 비해, 미용은 여전히 미국이 비싸며, 게다가 팁까지 준다. (물론 네일도 주긴 하지만 이쪽은 워낙 베트남과 한국계 이민자들이 꽉 잡고 있다 보니 가격 경쟁이 심해서 가격이 너무 낮아졌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솜씨들이 섬세하고 뛰어나냐면 물론 그렇지 않다.) 위에서 말한 중소도시들은 한국처럼 소비자들의 천국이 아니다. 도시 자체의 생활수준도 괜찮고 안전하기도 하고 살기는 참 좋은데, 가게들이 숫적으로 많지 않다.
이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만일 정말 미국이민을 진지하게 결심하고 있다면, 나는 여자분들에게는 미용을, 그리고 중간 사이즈 도시들을 지역으로 추천하고 싶다. 경쟁이 박터지는 곳에 가서 진짜 1등을 해서 승리하는 것도 물론 의미 있고, 그럴 경우에는 대박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가 대박이 아니라, 빨리 적응해서 꾸준하게 걱정 없이 살고 싶은 거라면 이러한 부분도 고려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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