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프레소가 좋을까, 아니면 에스프레소 기계를 들일까, 이 고민을 5년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10년 넘게 네스프레소만 써 왔던 이유는, 오로지 간편성 때문이었고, 나름대로 네스프레소의 맛에 길들여져서 그 맛을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캡슐만 가끔 사면, 물만 채워주면 별문제 없이 일관된 커피맛을 즐길 수 있고, 나름 캡슐을 다양하게 구비하면 어느 정도 다양한 맛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15년간 저희 집에서 쓴 네스프레소 기계만 해도 세 개입니다. 첫 기계는 결혼 선물로 받은 어마 무시하게 덩치 큰 녀석이었습니다. 무려 2007년의 일이라 검색도 안되네요. 2012년에 남편 연구실에서 쓰라고 작은 녀석을 하나 구매했고, 2016년에는 매장에 놀러 갔다가 Creatista의 자태에 반해 구매했습니다. 브레빌과의 합작으로 나온 Creatista는 깔끔한 디자인이 강점이며, 우유 wand가 있어서 라테도 카푸치노도 만들 수 있습니다. 나름 디지털 디스플레이도 갖추고 있습니다. 네스프레소의 최강의 강점인 편리성과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디자인도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원래 $599인데 전 할인을 받아서 $449에 샀던 걸로 기억합니다. 캡슐은 미국에서는 한 줄에 $7이니까 (제일 저렴한 라인), 한 잔이 $0.70이네요. 거의 천 원이네요?
코로나로 인해 온 식구가 집안에서만 복닥 복닥 하다 보니 단조로운 일상이 지겨워졌습니다. 많은 분들의 경험담을 보니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고 유일한 후회는 '왜 더 빨리 사지 않았나'라고들 하시더군요. 그래서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브레빌이 가성비가 좋다고 하여 찾아보니 브레빌 바리스타 익스프레스 870XL이라는 기계 ($699)가 있고, 바리스타 프로 ($799), 바리스타 터치($999)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 모델은 아예 $2000이 훌쩍 넘어가더군요 (오라클이라는 이름입니다).
사실 전 에스프레소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서, 일단 하위 모델 셋 중에 고민하기로 합니다. 사실 후기를 수십 개 읽어봤는데, 바리스타 익스프레스여서 마음에 안 들었다는 사람들은 없더라고요. 오히려 반자동 중에서는 두 배 이상 비싼 듀얼 보일러나, 자동 기계인 오라클을 사지 않는 다음에야 프로와 터치보다는 바리스타 익스프레스를 추천한다는 글이 많았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바리스타 익스프레스 중앙에 있는 압력 게이지가 프로와 터치에는 없어서 바로바로 추출이 잘 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답니다. 두 번째는 일부 분들이 경험하셨다는 건데, 프로와 터치에서 에스프레소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로와 터치를 리턴하고 익스프레스를 샀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다만 이는 미국의 경우에만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바리스타 익스프레스를 20% 할인받아서 $560에 구매해 왔습니다.
반자동 에스프레소 기계의 매력은 내가 사는 원두마다 커피 맛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잘 뽑으면 웬만한 자동기계 (에스프레스 메이커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Jura)보다도 더 맛있는 커피맛을 내기도 하지만, 비싼 원두로 신맛만 추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희도 첫 일주일은 정말 좌충우돌이었습니다. 스타벅스 에스프레스 원두를 샀다가, 이건 신선하지 않아서 더 비싼 동네 로스터리 원두도 사와서 해보면서도 이게 맞나, 원래 에스프레소 맛이 이렇게 신가,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라인더 세팅과 원두의 양, 정확한 저울, 그리고 몇 가지 작은 도구들을 사용해서 점차 맛을 만들어 나갔고, 석달이 지난 지금은요? 밖에 나가서 왠만한 커피 맛집보다 저희 집 커피가 더 맛납니다. Jura 쓰는 친구가 와서 감탄하며 세 잣 스트레이트로 마시고 갔어요. 신기할 만큼 원두마다 맛이 다릅니다. 스타벅스는 예의 그 탄 듯한 맛이 나고요. 미디엄 로스트냐 다크 로스트냐, 산미가 많은 원두냐 아니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저희는 Stumptown를 구독해서 2주에 한 번씩 Hair Bender 원두를 로스팅하자마자 받고 있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원두가 떨어졌을 때 한번 처박아 놓은 네스프레소를 꺼내어 마신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어요. 이런 인공적인 맛이!?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얕은 커피 맛을 흉내내기 위해 이것저것 조합해서 만들어낸 대체품 같은 맛이랄까요. 마치 일반 파스타랑 글루텐 프리 파스타를 비교한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네스프레소 기계는 다시 창고로... 원두의 값은 다양합니다만, 저희가 먹는 stumptown은 337 gram 기준 $15이고 이걸로 싱글 샷 기준으로는 48잔, 더블샷으로는 약 20잔이 나옵니다. 싱글샷 기준 31센트, 더블샷 기준 80센트네요. 그런데 항상 더블샷으로만 먹는 건 안 비밀. (네스프레소는 한잔으로 끝내기에는 좀 부족하죠)
브레빌 바리스타 익스프레스 에스프레소 기계는 그런 면에서 강추합니다! 집밥 먹다가 가끔 길거리 음식 당기는 것처럼 여전히 가끔 스타벅스에서 먹긴 하지만, 스타벅스 방문 횟수가 1/10로 줄었어요. 그리고 자꾸자꾸 이런 원두는 어떨까, 저런 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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