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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

메건 마클을 바라보는 정반대의 시선: 영국 vs.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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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혼혈, 미국인 이혼녀에서 일약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된 메건 마클/Getty images

인종차별 타파의 선두에 선 여전사인가, 천륜을 거스르는 ‘굴러온 돌’인가? 

흑인 혼혈, 이혼녀, 미국인, 평민인 여자가 영국의 왕위 계승 순위 6위인 왕자 해리와 결혼하면서 전 세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메건 마클. 미국에 10년 넘게 살았는데도 미국 드라마를 열심히 보지 않는 나로서는, 거의 처음 보다시피 하는 얼굴이었다 (누구나 아는 탑스타는 아니었다는 의미). 파격적인 스펙(?)의 메건과의 결혼에 대해서 의외로 영국 왕실이,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별다른  잡음을 내지 않는 것 같아서 시대가 변하면서 왕실도 변하나 보다 했다. 결혼식 이후 1년 만에 아치 (Archie)라는 귀여운 아들도 낳고 잘 사는 듯했다. 슈퍼마켓 가판대에 있는 타블로이드 지에는 늘 이런저런 가십거리들이 1면에 나오긴 했지만, 어차피 타블로이드란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 결혼식 올린 지 3년도 안되어, 해리 왕자가 메건 손을 잡고 왕실을 탈퇴하는 대형사건이 발생한다. 그들은 더 이상 왕실의 일원으로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대신 더 이상 재정적인 지원 또한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해리의 할머니인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손자 부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극도로 실망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2021년 3월,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 후 폭로전이 발발한다. 그녀는 인종차별과 왕실 일원들의 위선을 꼬집었고, 왕실에서도 그녀의 '갑질'로 고통받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형님'인 케이트 미들턴과의 사이에서 발생했던 갈등도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메건 마클은 자신의 아들이 흑인 혼혈이라며 피부색 때문에 우려받았고 왕자 지위도 안 주려고 했다며 눈을 흘겼다. 자살 충동도 들었고 너무나 상처받았다, 라고 한다. 

대형폭탄을 터뜨린 오프라와의 인터뷰

물론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우선 돈 문제가 그렇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재정적 독립'은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다시 배우로 돌아가서 출연료로 먹고 살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최근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를 위해 해당 방송국이 무려 100억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그런데 웃긴 건, 해리와 마클 부부는 자기들은 이 인터뷰에 대해서 1전 한 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방송국이 외주 제작사에 지급한 100억 원은 어디로 간 걸까?

 

재미있는 것은 메건 마클의 행보에 대한 영국인들과 미국인들의 관점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영국 왕실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미국인들은, '왕실이 그렇지'라며 메건이 용감하게 기득권을 박차고 나와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반기를 든 여전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게다가 요즘 미국은 아시안 혐오 및 Black Lives Matter - 흑인 인종차별 반대운동 - 등 인종문제가 가장 민감한 화두다. '흑인 혼혈로서 영국 왕실에서 은근히 왕따 당하며 오죽 힘들었겠나, 그들이 얼마나 보이지 않는 텃세를 부렸겠나'라면서 동정하는 분위기 또한 있었고 이러한 우호적인 시선은 해당 사건을 다룬 미국 방송사들에서도 그대로 전달된다. 반대로 영국 방송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ITV 방송에서 피어스 모건은 '마클을 믿을 수 없다, 배신이다'라고 이야기하다가 동료와 설전을 벌이다가 아예  세트장에서 뛰쳐나갔다. 일반 국민들은? 영국 사람들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바다 건너 미국에서야 해리와 메건 마클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좀 덜하기는 했으나, 영국 내에서는 이들의 결혼 이후 낭비한 국고 때문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사저를 고치는 데 드는 비용, 경호비를 누가 낼 것이냐, 하는 문제와 더불어 영국 왕실의 일원으로서 공식 일정을 4년간 단 18번밖에 하지 않아서 공무에도 불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형님인 케이트 미들턴이 하루가 멀다하고 영국 전역을 방문하여 소처럼 일하는 것과 비교되기는 한다). 영국 국민들도 꼭 왕실에 대해서 전적으로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우리가 우리의 전통을 비판하는 것과, 남이 우리 전통을 비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세트장 탈주 직전의 피어스 모건; 표정이 심상치 않다

여왕의 남편이자 해리의 할아버지인 필립 공이 서거하면서 오늘 치러진 필립 공의 장례식에 해리가 참석했다. 와이프와 형수 갈등 때문에 틀어진 형 윌리엄 왕자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재회한 자리다. 다이애나를 사랑했던 영국의 국민들은 이 형제 또한 옆집 아이들처럼 사랑했고, 그들이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나서는 한껏 더 안쓰러워하고 사랑해 왔다. 최근 영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해리에 대한 비호감도가 처음으로 호감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해리에게 실망했을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여자 하나 잘못 만난' 조카 같은 느낌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 같다. 어쨌든 국민들의 사랑도, 가족도, 지위도 버리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해리가 미국이든 영국에서든 마음의 평안을 얻길 바란다.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재외한 윌리엄과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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