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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

크룹 증후군은 무엇이고 왜 위험한가? 응급 처치, 치료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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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는 한 달 일찍 태어나서인지, 큰애에 비해 어릴 때 이런저런 잔병치레가 잦았다. 봄철이면 꽃가루 때문에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고, 고양이 알레르기도 있고, 배앓이도 많이 했다. 그중에서도 매년 가을 겨울, 찬바람 부는 계절이 되면 한동안 엄마 아빠를 긴장시켰던 것이 바로 크룹 증후군이었다. 크룹 (Croup)이라고도 하고 한국에서는 후두기관지염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으로서 어린아이들이 개 짖는 소리처럼 '컹컹' 하는 기침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개는 오후까지 멀쩡하게 잘 놀고, 감기 같은 양상을 보이지도 않는데 갑자기 저녁이나 밤이 되면, 이런 컹컹 기침소리와 함께 가슴에 머리를 대 보면 쌕쌕 거리는 숨소리가 난다. 자고 있는데도 열이 나서 얼굴이 벌게지기도 하고,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볼록한 배 위 명치 부분이 숨 쉴 때마다 오목하게 들어가서 나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 몇 번은 밤중에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대부분의 크룹은 별다른 위험없이 자나 간다고 한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상기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호흡부전이 와서 위험해질 수도 있다 - 바로 이 이야기 때문에 그렇게 응급실에 갔던 것. 나중에는 응급실에 가지 않게 되었는데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가 봐야 의사가 엑스레이조차 찍지 않는다는 것 - 컹컹 기침소리가 거슬리고 무섭지만, 사실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 우리는 응급실을 세 번이나 갔는데 단 한 번도 엑스레이나 약제 처방을 받은 적이 없었다. 두 번째, 크룹은 희한하게 찬 공기를 마시면 나아지는 경향이 있다. 새벽에 남편과 깨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안 되겠다 가자!'하고 응급실에 갔는데, 막상 가는 길에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두어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응급실 소아과 의사를 만났는데, "음 크룹인데 심하지 않아서 그냥 집에 가도 될 것 같아."라는 말을 들으면 첫째는 안도감, 둘째는 허망함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집에서 급한대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는 창문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찬 공기를 들여 마실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이게 효과가 좋았다. 그러나 아이의 상태가 심각해진다면, 당연히 응급실 방문을 고려해야 한다. 대개 병원에서는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고 심하면 에피네프린을 쓴다 - 기도가 막히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므로 기도를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소아과 의사가 만 5세까지가 유독 많이 걸리고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자주 걸린다고 했는데, 정말 내 아들의 경우 만 5세가 넘어가자 그전까지 매년 여러번씩 발생하던 크룹이 마법처럼 사라졌다. 미국은 입원 자체가 워낙 드물어 크룹 증후군으로 입원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으나, 한국은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입원시키는 일도 종종 있는 듯하다. 위키에 의하면 0.2% 미만의 환자는 기도삽관까지 간다고 한다.

 

크룹 증후군은 그 특이한 기침소리 때문에 엄마 아빠를 걱정시킨다. 대부분은 경미하게 지나가니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드물게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병이니만큼 부모님이 최소한 정보를 알고 경과를 잘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한국에서는 꼭 미리 체크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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