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이는 동은이를 왜 그렇게까지 미워했을까?
더불어, 죽은 윤소희는 왜 그렇게까지 미워했을까?
물론 파트 1에 직접적인 계기가 나오긴 합니다. 연진이가 동은이더러 화장실 청소를 대신하라고 명령 같은 부탁(부탁 같은 명령?)을 하는데, 동은이가 쿨하게 거절해 버리죠. 그리고 그때부터 동은이는 엄청난 학교폭력을 당하게 됩니다. 파트 1까지는 그 화장실 청소 대신 안 했다고 저렇게 괴롭힘을 당했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죠.
연진 재준 패거리가 거하게 술판을 벌린 듯, 술병과 음식이 가득한 테이블 옆 소파에 재준이가 연진이 무릎을 베고 누워 있습니다. 그때 연진이가 별 관심없는 척하면서 재준에게 묻죠. "문동은 정도면 예쁜 편인가?" 이때 재준이가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고 답하고 연진이는 짜증을 내며 무겁다고 머리 치우라고 하죠. 그래서 재준이가 문동은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걸 질투한 연진이가 미워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파트 2에서는 조금 더 확실해졌습니다.
윤소희가 죽을 시점에 임신 8주였고, 이를 들은 재준이 동요하죠. 그리고 마치 내가 범인이오, 라고 선언하듯이 주여정의 병원에 가서 떠봅니다. 그런데 시점을 생각해 보면 연진이가 동은이를 처음으로 불러서 화장실 청소를 시키고, 빨리 대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내심 운운하면서 손명오를 시켜 폭행을 가하도록 한 건 교복 하복을 입고 있을 때입니다. 그때 윤소희가 전학 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는 같은 편 패거리인 최혜정도 몰랐을 정도로 새로운 소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파트 2 뒷부분에서 사라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소희가 이들과 마주친 장면을 보면 겨울이고 크리스마스 즈음이에요. 이때 임신 8주였다면, 임신을 하게 된 시점은 가을입니다. 이미 전학 간 지 오래된 상황인 거죠.
윤소희를 임신시킨 것도 재준이었다면, 이는 연진이 질투로 인해 소희, 동은 두 사람을 모두 미워한 거라고밖에 볼 수 없죠. 소희의 옷이 자기와 같다며 부들부들 한 것도, 사실 소희의 해명대로 "짝퉁"이라면 비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인데 아마 이는 전재준이 준 진짜 명품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본인이 입고 있던 것도 전재준이 준 것이었을 수 있죠. 굉장히 비싼 것이었겠죠. 이때 보면 사라는 샤넬 가방을 들고 있고 연진이는 이 투피스(원피스?)를 입고 둘이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데, 혜정이는 한 발 뒤에서 이들을 따라가며 샤넬 가방과 연진이 옷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이를 사라와 혜정이에게 이야기하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도저히 말할 수 없었던 거죠. 비공식적이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연인관계인 재준이가 자신과 '급이 안 맞는' 여자에게 관심이 있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데, 같은 옷을 선물로 준다? 이건 연진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굴욕입니다.
옥상에서 연진이에게 죽기 직전에 소희가 남긴 말도 의미심장합니다. 늘 연진 패거리를 너무나 무서워하던 소희는 죽기 전, 자기는 연진이가 무섭지 않다고 하죠. '너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니 돈이 무서웠던 거야. 생각해 보면 너도 참 불쌍해.' 자신은 연진이보다 나은 사람이기 때문에 연진이를 용서해 주겠다고 하죠. 그러나 용서의 기회를 던져버린 건 연진이었고, 소희는 사망한 후 바로 다음 장면 (14화 마지막 부분)에서 굿판에 영혼으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동은의 협박으로 시작한 연기였지만, 막판에는 정말 신이 들어왔죠) 그와 별개로 소희가 연진이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았던 이유는, 물리적으로 전학을 가서인지도 모르지만 재준이가 자신의 뒷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임신 8주면 결혼한 부부들도 임신인 줄 모를 정도의 초기입니다. 재준이는 아니지만, 소희는 자신이 재준이와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더글로리에 대한 다른 생각들: 하도영은 동은이를 사랑했을까? 동은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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