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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이야기

더글로리 하도영은 동은이를 사랑했을까? 동은이의 하도영에 대한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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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더글로리 파트 2가 나오자마자 보신 분들 많으시죠? 저도 그날 12시 넘어서까지 봤답니다. 한번 보면 멈출 수 없는 갓은숙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면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어요. 최근 뒷심 부족으로 욕을 먹었던 몇몇 드라마와 다르게, (거의) 모든 떡밥을 충실하게 회수하고 고구마 없이 꽉 찬 전개와 엔딩이라는 선물을 보여줬죠. 완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관객들이 충분히 유추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래도 드라마를 보고 나서 감정 이입해서 궁금한 부분들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하도영의 동은이에 대한 감정 

 

입니다.

 

하도영이 동은이에 대해서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랑? 호기심? 혹은 자신의 안전하고 깔끔한 가정을 깨 버렸다는 데 대한 실망? 증오? 

 

 

 

분명 파트1에서는 하도영이 동은이와 마주치면서 인간적으로 관심을 갖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기원에서 보기 힘든 젊은 여성이 실력자인 갈빗집 박사장(?)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는 걸 보면서 궁금해하죠. 그리고 그녀를 기다립니다. 몸 관리를 위해 탄수화물도 먹지 않고, 시간 낭비하기보다는 돈으로 빠르게 해결하기를 택하는 하도영이 기사에게 키 맡기고 퇴근하라고 할 정도로 기약 없는 기다림을 택한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분명 "그 답지 않은" 일이지요. 만일 동은이가 아내의 학폭 피해자가 아니고, 정말 순수하게 '바둑을 두러' 기원에 가서 하도영을 만났다면, 어쩌면 이 둘은 연애 감정까지 발전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돈 많고 능력 있고 잘생긴 하도영 주변에서 불륜은 숱하게 일어나는 일일테고, 하도영은 불륜이 '결혼은 배우자와의 소중한 약속이고 불륜은 윤리적이지 못한 거라 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불륜에 따르는 이런저런 귀찮음과 리스크 (예를 들면 예솔이가 알았을 때 아빠에 대한 실망 등) 등을 고려한 계산을 해서 안 하면 모를까, 원한다면 충분히 동은이를 연애 대상으로 삼으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이니까요.

 

 

 

그러나 파트 2에서, 어쩌면 파트 1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미 그 관계의 가능성의 문은 닫혀버립니다. 도영이가 동은이 집 문으로 들어선 바로 그 순간에요. 로맨스 감정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던 감정은 거기에서 멈춰 버리죠. 이후 복수가 진행되고, 동은이 상처를 눈으로 확인하고, 연진이의 악행을 알면서도 연진이에게 끝까지 기회를 주려고 하고, 목숨만큼 소중한 딸 예솔이가 친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하도영이 문동은을 원망하거나 증오하진 않습니다. "이 복수가 끝나면 문 선생은 행복해집니까?"라고 물어보는 건, 여전히 동은이에 대한 호감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고, 나는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적어도 동은이는 조금의 위안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보였어요.

 

 

그렇다면

동은이의 하도영에 대한 감정은 무엇이었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제 느낌엔 동은이도 하도영을 싫어한 것 같진 않습니다. 그걸 주여정도 알았던 것 같고요. 그래서 이혼기사가 떴을 때 병원직원들이랑 인터넷을 보면서 이제 '하도영이 싱글'이라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티를 냅니다. 연적이 하나 늘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만일 동은이가 하도영을 철저하게 도구로만 생각하고 무관심했다면 주여정도 신경을 썼을 것 같진 않습니다. "침묵 속에서 서로를 매혹하고 매혹당하고 발가벗기는" 바둑이라는 관심사를 갖고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매혹하고 매혹당했을' 수도 있다고 보는 거겠죠. 하도영은 충분히 매력적인 남자니, 동은이의 온 신경이 복수에만 쏠려 있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마음을 열었을지도 모릅니다. 주여정은 같은 남자로서, 특히 그 역시 문동은에게 매혹당한 남자로서,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 아팠던 장면이 예솔이가 아빠에게 안겨서 미안하다고 엉엉 우는 부분이었는데요, 예솔이와 출국하는 하도영의 표정은 참으로 홀가분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방금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홀가분할 정도로요. 도영은 사실 표정이 풍부한 남자는 아닙니다. 초반에 그림 같은 집에서 아내와 딸과 완벽한 가정을 꾸린 승자일 때도, 예솔이를 대할 때 외에는 미소짓는 법이 잘 없었어요. 예솔이를 대할 때가 아닌, 혼자 있을 때 그의 미소는 이 마지막 장면에서야 나타납니다. 약간의 허탈함과 함께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고 이제는 앞만 보고 간다'는 느낌의 자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연진이가 문동은에게 맥없이 당하긴 했지만  패션만큼은 연진이 압승 아니었던가요?

연진이가 입은 옷들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시는 분들을 위해 찾아왔습니다

https://ihatecucumber2.tistory.com/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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