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오스카 -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수상소감들 역시 찬사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결혼생활을 10여 년 했다고는 하나, 사실 미국에서 오래 산 내가 봐도 74세 할머니인 윤여정 씨의 영문 수상소감들은 훌륭하다. 기본적으로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하고, 말에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언어를 구사하기에, (영어 문장이나 표현이) 정제되고 화려하진 않지만 전 세계 사람들의 감탄사를 자아내는 것 같다.
백스테이지 기자회견 시간에 한 기자가 윤여정에게 그녀를 에스코트해준 브래드 피트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하면서 "What did you guys talk about? And what did he smell like?"라고 했는데, 이 질문이 '무례하다'고 공분을 사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모 커뮤니티에서는 '브래드 피트가 안 씻는다더라, 머리도 안 감고 이빨도 안 닦는다더라, 그래서 물어본 거다'라는 어이없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은 '브래드 피트가 뭐라고, 지금 상 받고 내려온 수상자에게 저따위 질문을 하느냐'라고 하고, 누군가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이것이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보여주는 거라고 분노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 질문은 그렇게까지 깊게, 꼬아서 생각할 일은 아니다. "What did he smell like?" 는 직역하면 "그에게 무슨 냄새가 났느냐"지만, 사실 비유적, 중의적인 표현으로 '그 사람 어때? 그 사람 어떤 아우라가 있어?'같은 의미다. 마치 보통 사람은 감히 다가갈 수 없는 동경의 대상 옆에 간 사람에게, 그 동경의 대상이 지나간 후 호들갑 떨며 다가가 "어땠어???"하고 묻는 것과 같은. 물론 '윤여정이 브래드 피트에게 밀릴 게 하나도 없는데 무슨 소리냐! 어디 감히 대배우님에게!'라고까지 파고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재미로 하는 질문이라는 거다. 물론 다소 수상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질문이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디까지나 이 질문을 한 기자가 속한 매체는, Extra tv라는 연예가십 전문 매체지, CNN 같은 전통적이고 파급력 큰 곳도 아니다.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보도하는 연예뉴스 리포터가, "우리 빵 오빠 옆에 서 보니 어때요?"라는 식의 - 수상자가 누구 건 간에 그들의 초점은 '빵 오빠'에게 있을 뿐이니, 어쩌면 매체 특성에 충실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질문은 윤여정에게만, 혹은 브래드 피트에 대해서만 한 게 아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스타들에게 다른 스타의 '냄새'를 물어왔다. 이 매체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예를 들면 <헝거게임>의 제니퍼 로렌스도 브래드 피트의 냄새가 어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 그녀는 amazing이라고 답했다. 볼륨감 넘치는 몸매와 리얼리티 쇼로 유명한 킴 카다시안은 남편 카니에 웨스트의 냄새가 어떻냐는 질문에 he smells like money (rich)라고 답했다. 세계적인 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를 두고 앤디 코헨은 "풍요로운 정원(bountiful garden)"이라고 했다. 물론 직역해서 대답해도 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킴 카다시안은 자기 여동생 켄달에게는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다소 수상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질문이기는 했다. 아래 영상에 보면 그 질문을 받는 윤여정 배우의 동공이 약간 흔들리는 모습도 볼 수 있긴 하다. 자기는 아무 냄새도 맡지 않았으며 개가 아니라고 한 데서는 충분히 완벽하고 재치있는 답변이었다. 약간은 존중이 부족한 질문자에게 유머스럽게 일침하고 넘어간 것 같기도 하고. 해당 영상의 댓글에도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제발 존중 좀' 해달라, '브래드 피트가 대수냐' 라며 윤여정 배우 정말 최고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해당 질문과 답변 영상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세련된 그녀의 스타일과 찰떡인 마마르 할림의 네이비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에서 발표한 수상소감도 멋있었다. 뉴욕타임스에서는 Best All-Around Acceptance Speech (최고의 수상소감)의 영예를 윤여정에게 바쳤다. 이미 영국 BAFTA Award에서 발표한 수상소감 (영국인들을 "snobbish people"이라고 묘사한)으로도 이미 유명해진 그녀는 재미있고, 또 감동적인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에게 "Mr. Brad Pitt, finally nice to meet you! Where were you when we were filming in Tulsa?" - 이건 의역하자면 이렇다. "제작자님 드디어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가 깡시골에서 영화 찍느라 개고생 할 때, 제작자님은 대체 어디 있었던 거예요?" 이에 대해 미국 사람들은 윤여정이 브래드 피트를 놀렸다 라며 재미있어하고 있다. 더불어 "나가서 일하도록 해 준 아들들에게 고맙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겸손함 "우리는 모두 승자이고, 오늘은 내가 당신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아니면 한국인 배우에 대한 미국식 예우인가?"으로 멋지게 소감을 마무리했다. 74세, 배우 윤여정 님을 응원합니다.
최고의 수상소감 -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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